작가 천현태의 《기억의 시간》 시리즈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향한 작가의 오랜 사유에서 유년의 풍경과 존재의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 마음속에 간직된 한 장면의 영화 같은 서정성, 그 아련한 기억을 평면 회화 속에 담아내고자 했다.
작업의 중심은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있으며, 캔버스 위에 입체적 오브제를 더하는 콜라주 기법은 추억의 질감과 시간의 층위를 화면에 눌러 새기듯 드러낸다.
초여름, 산골에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고 뽕나무에 오디가 익어가던 시절,
토담방에서 양잠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은 작가에게 깊은 근원으로 남아 있다.
깊은 밤 사각사각 뽕잎을 갉아먹던 누에의 소리는 빗소리처럼 고요하고도 아름다웠으며,
누에가 내는 고운 비단실은 시간과 생명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자연과 인간의 생명은 결국 고독과 기다림이 중첩된 운명 안에서 피어난다.
스스로를 감싸고 스스로를 옭아매며 존재를 완성해가는 누에의 수행적 과정은 작가의 삶과도 겹쳐지며, 시절인연에 따른 재회와 이별,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웠던 그 해 여름의 백옥 같은 누에고치의 기억은 조형의 미로 재탄생되었고,
사라져가는 자연과 잊혀져가는 추억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노래한다.
작가의 예술성은 그 기억을 머금어 오늘의 시간 속에서 다시 살아 숨 쉬게 한다.
천현태 / 千鉉台
2004 부산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자연과 인간의 공존, 한국의 미를 주제로
개인전 22회, 기획전 300여 회 참여
천현태의 예술은
기억과 물성, 시간의 실타래를 엮어내는 수행의 기록이다.
누에고치와 달항아리를 통해 한국의 전통미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되살리며,
예술을 감각과 사유의 경전처럼 다시 읽어낸다.